회사가 겸업을 금지해도 부업이 곧바로 징계 사유가 되는 건 아닙니다 — 징계가 정당해지는 다섯 가지 선과 겸직 허가를 받아 두는 순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회사의 허락 없이 다른 일을 겸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는데 퇴근 뒤에 부업을 하고 있다면, 징계를 받을지 불안해지기 마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겸업 금지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징계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고, 부업의 내용과 본업에 준 영향을 따져 징계 사유와 징계 수위를 따로 판단합니다. 이 글은 헌법재판소·대법원 결정에서 확인되는 기준과 지금 해 둘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겸업 금지 조문이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확인되는 것은 징계의 한계입니다.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 사업장이 취업규칙에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을 적도록 합니다. 반면 근로기준법 안에서 겸업이나 부업을 직접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조문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겸업 금지는 취업규칙·근로계약서·복무규정에 적히고, 그 조항의 합리성과 징계의 정당성은 분쟁이 생겼을 때 따로 판단됩니다.
헌법재판소가 말한 선 — 겸직 금지는 제한적으로만
헌법재판소는 1997년 4월 24일 95헌마90 결정에서 겸직금지규정은 해당 업종의 성격상 다른 업무와 겸하면 업무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둘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회사원이 아니라 행정사법의 겸직 금지 조항을 다룬 것이고, 모든 겸직을 금지하며 징역형까지 정한 부분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사기업 근로자의 징계를 직접 판단한 결정은 아니므로 "전면 금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방향의 참고 자료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대법원 사례 — 허위 병가로 다른 회사에서 일한 직원의 해임
대법원 2002년 8월 23일 선고 2000다60890 판결은 겸직이 문제 된 사건입니다. 연구기관 직원이 명예퇴직에 합의한 뒤 퇴직 예정일 전에 경미한 질병을 이유로 병가를 얻어 다른 회사에서 두 달 남짓 근무했고, 기관은 이를 이유로 해임했습니다. 대법원은 병가가 속여서 받은 것이고 두 달이 용인될 단기간은 아니라며 해임을 지나치다고 본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징계의 수위는 징계권자의 재량이지만 비위의 내용과 성질, 징계의 목적, 양정 기준 등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할 때 재량권 남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부업 자체보다 병가를 속인 점이 크게 작용했으므로 "부업을 하면 해임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징계가 정당한지 가르는 다섯 가지
위 결정들의 취지를 실무 질문으로 바꾸면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겸업의 내용입니다. 회사 업종과 겹치는지, 영업비밀이나 거래처를 쓰는지가 핵심입니다. 둘째, 기간과 빈도입니다. 일회성 일과 장기간 상시 근무는 무게가 다릅니다. 셋째, 본업에 준 영향입니다. 지각·결근 등 근무에 지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넷째, 회사의 손해 또는 손해 위험입니다. 다섯째, 속였는지 여부입니다. 허가 신청을 하지 않고 숨긴 경우와 신청했는데 거절된 경우는 평가가 다릅니다. 근무시간 중 부업은 직무 이탈이 되며, 휴게와 근로시간의 경계는 휴게시간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경업금지와 겸업금지는 다릅니다
겸업금지는 업종과 관계없이 다른 일을 함께 하는 것을 막는 조항이고, 경업금지는 회사와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일을 막는 조항입니다. 재직 중 경쟁업체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 유출과 고객 이탈 위험이 있어 회사가 징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쉬운 편입니다. 반면 주말 배달처럼 본업과 관련 없는 일은 회사가 구체적인 지장을 보여 주어야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퇴사 뒤 경쟁업체 취업을 막는 약정은 별개 문제이므로 어느 조항인지부터 구분하십시오.
징계가 과하다고 느껴질 때 — 구제신청과 3개월
겸업이 징계 사유가 되더라도 무거운 처분은 과하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근로자는 해고뿐 아니라 정직·감봉 같은 부당해고등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은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서명 전에 알아 둘 점은 권고사직과 해고를 가르는 글에 있습니다. 징계 대신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빼겠다고 하는 경우의 한도는 임금 공제 한도 글을 참고하십시오.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허가제가 따로 있습니다
공무원은 기준이 다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원이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는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영리 사업·사기업체 임원 겸직·계속적인 재산상 이득 업무 등을 금지합니다. 지방공무원과 공공기관은 적용 법령과 내부 규정이 달라 소속 기관의 복무 규정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순서 정리
1단계,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서 겸업·겸직 조항의 문구를 확인합니다. 전면 금지인지, 허가제인지, 경쟁업체만 막는지를 구분합니다.
2단계, 부업을 시작하기 전에 겸직 허가를 서면이나 사내 시스템으로 신청합니다. 일의 종류와 시간대, 회사 업무와 무관하다는 점을 적고, 거절되면 사유를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3단계, 근무시간과 회사 장비·정보·거래처를 부업에 쓰지 않고, 신청 내역과 회신을 보관합니다.
4단계, 징계 통보를 받으면 징계 사유가 적힌 서면과 근거 조항을 요청하고, 소명 기회에 위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사정을 적어 냅니다. 처분이 과하다면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검토하십시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노무 자문이나 법률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징계 수위와 규정의 효력은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나 노무사·변호사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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