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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를 안 썼을 때 — 정규직은 벌금, 기간제는 과태료로 갈립니다

"급하니까 일단 나와서 일하고, 계약서는 나중에 쓰자"는 말을 듣고 출근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서명한 종이 한 장이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안 썼다고 일한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는 분명한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처벌이 정규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벌금과 과태료로 갈린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서연
이서연 교육·커리어 에디터·2026.08.25·읽기 5분·조회 119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직장인의 손

근로기준법 17조 — 임금·근로시간·휴일은 서면으로 줘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를 반드시 명시하도록 정합니다. 이 중 임금·소정근로시간·휴일·연차휴가는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교부해야 하는 핵심 항목입니다. 구두로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으로는 이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닙니다. 근로계약을 새로 맺을 때뿐 아니라, 임금 등 이 항목들이 나중에 바뀔 때도 근로자가 요구하면 다시 서면으로 줘야 합니다.

정규직은 벌금, 기간제·단시간은 과태료 — 처벌의 성격이 다릅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이 의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제114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 즉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먼저 시정지시(통상 14일)를 내리고, 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고의성이 인정될 때 형사 입건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적용돼, 시정 절차 없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곧바로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더 직접적으로 처벌 절차가 시작되는 구조입니다.

얼마씩 부과되나 — 근로자 수만큼 곱해집니다

과태료의 500만원은 위반 행위 1건당 상한이지 사업장 전체에 한 번만 매기는 금액이 아닙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중앙부처 해석 사례를 보면,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않은 1차 위반 시 건당 240만원이 기준이 되고, 이 위반이 여러 근로자에게 반복됐다면 인원 수만큼 곱해 합산됩니다. 실제로 단시간근로자 5명 모두에게 계약서를 안 준 사례에서는 위반 5건에 대해 총 1,200만원의 과태료가 산정된 예도 있습니다. "직원이 몇 명 안 되니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반대로, 인원이 많을수록 총액은 더 커집니다.

상사와 직원이 마주 앉아 서류를 두고 대화하는 모습

1인 사업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서면 교부 의무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됩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제17조는 그런 예외 대상이 아닙니다. 직원이 단 한 명뿐인 가게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하지 않으면 같은 처벌 대상이 됩니다. 수습기간 최저임금 90% 감액처럼 근로조건 자체가 조건부로 달라지는 경우일수록, 그 조건을 서면으로 남겨 두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커집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근로관계 자체는 유효합니다

계약서를 안 썼다고 해서 근로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근해서 지시에 따라 일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았다면, 서면이 없어도 근로관계는 성립합니다. 문제는 입증입니다. 약속받은 시급이나 근무시간, 주휴수당 포함 여부를 두고 회사와 말이 달라지면, 서면이 없는 근로자가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럴 때는 급여명세서, 출퇴근 기록, 문자나 메신저로 오간 근무 지시 내용을 최대한 모아 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책입니다.

먼저 표준근로계약서 서식을 요구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양식이 없어서", "번거로워서" 계약서를 못 만들고 있다는 핑계를 댄다면, 이 핑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정규직·기간제·단시간·연소근로자 등 유형별 표준근로계약서 서식을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먼저 "이 양식으로 작성해 달라"고 제안하면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 만들 필요 없이 빈칸만 채우면 되므로, 실제로 계약서 작성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식을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도 나중에 필요하면 "계약서 교부를 요청했다"는 증거로 남습니다.

신고한다고 내가 돈을 받는 건 아닙니다 — 그래도 신고해야 하는 이유

과태료·벌금은 국고로 들어가는 행정·형사 제재이지, 신고한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신고해 봐야 나한테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해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온라인 노동포털이나 1350으로 진정을 넣으면, 계약서 미작성 건과 함께 밀린 임금이나 수당 문제도 같이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는 사업장일수록 다른 노무 위반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고,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로 번졌을 때도 근로계약서의 부재가 조사를 더 어렵게 만듭니다. 진정을 넣기 전에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무엇을 물어보는지, 어떤 자료를 미리 정리해 가면 되는지를 1350 상담으로 먼저 확인해 두면 절차가 훨씬 수월합니다.

책상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젊은 직장인

순서 정리 — 지금 계약서가 없다면

첫째, 회사에 서면 교부를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요청 사실 자체를 문자나 메일로 남겨 두면 나중에 증거가 됩니다. 둘째, 회사가 계속 미루면 급여명세서·출퇴근 기록·근무 지시 메시지를 지금부터라도 모아 둡니다. 셋째, 계약 조건을 둘러싼 분쟁이 이미 생겼다면 고용노동부 온라인 노동포털이나 1350으로 진정을 넣는 것을 고려합니다. 진정을 넣기 전에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고용노동청이 어디인지 미리 확인해 두면 처리 절차를 안내받기가 수월합니다. 넷째, 진정을 넣을 때는 계약서 미작성 건만이 아니라 임금·수당 문제가 함께 있는지도 같이 확인해 한 번에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시행 중인 근로기준법 제17조·제114조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한 일반 안내이며, 개별 사업장의 위반 여부와 정확한 과태료·벌금 액수는 관할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또는 노무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서연
이서연 · 교육·커리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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