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조사 의무와 신고자 보호 조항
"이 정도는 원래 그런 것 아닌가" 하고 넘기다가 몇 달이 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인지, 신고를 받은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어떻게 되는지를 조문으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신고를 결심하기 전에 구조부터 알고 있어야 대응이 됩니다.

법이 말하는 괴롭힘은 세 가지가 동시에 맞아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상사의 질책이라도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졌다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동료 사이라도 다수가 특정인을 배제하는 방식이라면 '관계 우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성립합니다.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제76조의3은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해자 본인만 신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목격한 동료도 신고할 수 있고, 회사 밖의 제3자도 가능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조항이 실제로 쓰입니다. 다만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절차가 진행되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먼저 본인과 상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회사는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신고를 접수했거나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사용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는 재량이 아니라 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시간을 끄는 것,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조사를 맡는 것, 신고자에게 증거를 다 가져오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모두 이 의무에 어긋납니다.

조사 기간에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방치하는 것도 위법입니다.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를 다른 부서로 보내 버리는 식의 '해결'이 흔한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조사에서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그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입니다
가장 무거운 조항입니다. 사용자는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입니다.
'불리한 처우'는 해고만이 아닙니다. 인사평가 하향, 업무 배제, 대기발령, 승진 누락처럼 신고 이후에 벌어진 불이익 전반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고 시점 전후의 평가·업무 배정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실제로 중요합니다.
과태료가 붙는 세 가지
형사처벌과 별개로 과태료 조항도 있습니다.
-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인 근로자가 괴롭힘을 한 경우 —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조사·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누설한 경우 —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마지막 항목이 현실에서 특히 자주 문제 됩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내용을 흘려 사내에 소문이 도는 순간 피해자가 다시 한번 피해를 입기 때문에, 법이 별도 조항으로 막아 둔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알아 두어야 할 한계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적용 범위 규정에 따라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폭언·폭행·명예훼손처럼 개별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면 형사 고소가 가능하고, 민법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도 있습니다. 이 두 경로는 사업장 규모와 무관합니다.
신고 전에 준비할 것
실무적으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기록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를 그날그날 적어 두십시오. 메신저·이메일 캡처, 업무 지시 이력, 병원 진료 기록도 함께 모아 두면 조사에서 근거가 됩니다.
회사 내부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1350)에 상담하거나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회사와의 관계가 결국 정리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퇴사 사유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하고, 임금이 밀려 있는 상태라면 대지급금 청구 기한이 따로 흐르고 있으니 함께 챙기시기 바랍니다. 남은 연차 일수와 미사용 수당도 이 시기에 정리해 두면 나중에 다투지 않습니다.
이 글은 제도 안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노무사·변호사 또는 고용노동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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