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 — 공종별 2·3·5·10년과 기산점
새 아파트에 살다 보면 어느 날 화장실 천장에 물자국이 번지고, 베란다 타일이 들뜨고, 현관 도어록 옆 벽지가 우는 걸 발견합니다. 시공사에 연락하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하나입니다. "그건 하자보수 기간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하자보수 기간이 공사 종류마다 다르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합니다. 아파트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 기간은 없습니다.

하자보수 기간은 하나가 아니다 — 2년·3년·5년·10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4는 시설공사를 종류별로 나눠 담보책임기간을 따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같은 집 안에서도 어디가 고장 났느냐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2년일 수도, 10년일 수도 있습니다.
- 2년 — 마감공사: 미장, 수장, 도장, 도배, 타일, 석공, 옥내가구, 주방기구, 가전제품
- 3년 — 설비·기능 공사: 난방·냉방·환기·공기조화 설비, 급배수·위생설비, 가스설비, 전기 및 전력설비, 창호, 목공사, 조경, 신재생에너지, 정보통신, 홈네트워크, 소방, 단열, 옥외급수·위생 관련, 잡공사
- 5년 — 구조·방수 공사: 대지조성, 철근콘크리트, 철골, 조적, 지붕, 방수
- 10년 — 내력구조부 및 지반공사: 구조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붕괴됐거나, 구조안전상 위험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정도의 균열·침하 등
여기서 실제로 분쟁이 가장 많이 생기는 지점이 누수입니다. 화장실 누수를 "타일 하자"로 보면 2년이지만 방수공사 하자로 보면 5년입니다. 입주 4년 차에 발견한 욕실 누수를 두고 "마감이라 끝났다"는 답을 들었다면, 방수층 문제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창틀 주변으로 빗물이 새는 것도 마찬가지로 창호(3년)인지 방수(5년)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기간을 언제부터 세는지가 절반이다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게 기산점입니다. 준공일도, 계약일도 아닙니다.
- 전유부분(우리 집 내부): 입주자에게 인도한 날부터
- 공용부분(계단, 복도, 로비, 지하주차장, 옥상 등): 사용검사일부터
그래서 같은 단지라도 후순위로 입주한 세대는 우리 집 내부 하자 기간이 더 늦게 끝납니다. 반대로 공용부분은 입주 시점과 무관하게 사용검사일 기준이라, 늦게 입주했다면 공용부분 기간은 이미 상당히 지나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집 안방 곰팡이와 지하주차장 균열은 세는 시작점이 다릅니다.

먼저 할 일은 수리가 아니라 기록이다
하자를 발견했을 때 급한 마음에 사비로 고쳐버리면 하자가 있었다는 증거가 사라집니다.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 날짜가 남는 사진·영상으로 촬영합니다. 누수는 젖은 상태와 마른 뒤를 함께 남기고, 균열은 자 옆에 대고 폭을 알아볼 수 있게 찍습니다.
- 관리사무소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서면으로 접수합니다. 전화 통보만으로는 청구 시점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 시공사(사업주체)에 하자보수를 청구합니다. 접수 일자가 담보책임기간 안에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므로, 기간 만료가 임박했다면 원인 규명 전이라도 일단 접수부터 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보수가 이뤄지지 않거나 "하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거부당했을 때 —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시공사와 의견이 갈릴 때 곧바로 소송으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하자 여부를 판정하고 조정하는 절차를 운영합니다. 신청과 진행 상황 확인은 하자관리정보시스템에서 할 수 있습니다. 개별 세대 입주자도 신청할 수 있고,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차원에서 신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원회는 하자인지 아닌지를 심사해 판정하고, 하자로 인정되면 보수 방법과 기한을 제시합니다.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 부담이 작다는 점이 실질적인 장점입니다. 공사 종류별 기간과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4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자보수보증금 — 시공사가 사라져도 남는 돈
시공사가 부도나거나 연락이 끊기면 청구할 상대가 없어집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사업주체는 하자보수를 담보하기 위한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증서 형태로 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 등)에 맡겨지고, 시공사가 보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이 보증금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알아둘 점은 보증금도 담보책임기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반환된다는 것입니다. 기간이 끝난 공종에 해당하는 몫이 순차적으로 시공사에 돌아가는 구조라, 하자를 발견하고도 청구를 미루면 청구권만 소멸하는 게 아니라 재원 자체가 빠져나갑니다. 우리 단지 보증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점검 때 적어낸 것도 근거가 된다
입주 전 사전점검(입주자 사전방문)에서 작성한 지적 사항은 그냥 참고 자료가 아닙니다. 그 시점에 하자가 존재했다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사전점검 지적표에 있었는데 보수되지 않은 항목이라면, 나중에 "입주 후 사용상 과실"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사전점검 지적표와 그에 대한 시공사 회신은 사본을 따로 보관해두는 게 좋습니다. 입주 3~4년 뒤 분쟁이 생겼을 때 이 서류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결과가 갈립니다. 관리사무소에 원본이 있더라도 관리주체가 바뀌면서 유실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두면 좋은 것
2년 차와 5년 차는 특히 중요합니다. 2년이 지나면 도배·타일·주방가구 같은 눈에 보이는 마감 하자가 한꺼번에 청구 불가가 되기 때문에, 입주 후 1년 반쯤 되는 시점에 집 안을 한 바퀴 점검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문이 뻑뻑한지, 창을 닫았을 때 틈이 있는지, 붙박이장 문이 수평인지, 곰팡이가 반복되는 벽면이 있는지 정도만 봐도 상당수가 걸러집니다.
또 하나, 같은 하자가 반복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때마다 기록을 남겨두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보수했는데 같은 자리가 다시 젖는다면 원인 공종이 마감이 아니라 방수·구조 쪽일 가능성이 커지고, 그러면 적용되는 기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자보수 기간 지났다"는 답을 들었을 때 물어야 할 것은 '어느 공종 기준으로 지났느냐'입니다. 그 질문 하나로 결론이 뒤집히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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