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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돌보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 가족돌봄휴직 90일·휴가 10일과 주 15~30시간 단축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배우자가 큰 수술을 받게 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사표를 떠올립니다. 회사에 말해 봐야 안 될 것 같고, 연차는 이미 다 썼고, 병원에 붙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 상황에 쓰라고 만든 제도를 세 개 두고 있습니다. 가족돌봄휴직, 가족돌봄휴가, 그리고 가족돌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입니다. 셋 다 사업주가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권리이고, 거부하면 과태료가 붙습니다. 문제는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린다는 점입니다.

서연
이서연 교육·커리어 에디터·2026.08.21·읽기 7분·조회 66

나이 든 어머니와 딸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가족'의 범위부터 다릅니다

법이 말하는 가족은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손자녀입니다(제22조의2 제1항). 형제자매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시부모·장인장모는 '배우자의 부모'로 포함됩니다.

조부모나 손자녀를 돌보는 경우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본인 말고도 조부모의 직계비속이나 손자녀의 직계존속이 따로 있으면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할머니를 돌볼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면, 회사가 "그분이 하시라"고 할 근거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부모·배우자·자녀에는 이 단서가 없습니다.

휴직은 90일, 휴가는 10일 — 그런데 서로 겹칩니다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입니다. 두 제도는 별개의 통장이 아닙니다.

  • 가족돌봄휴직 — 연간 최장 90일. 나누어 쓸 수 있지만 1회에 30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즉 90일을 세 토막까지만 낼 수 있습니다.
  • 가족돌봄휴가 — 연간 최장 10일, 일 단위로 씁니다. 하루씩 열 번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법 제22조의2 제4항 제2호 단서가 이렇게 못 박고 있습니다. "가족돌봄휴가 기간은 가족돌봄휴직 기간에 포함된다." 휴가를 10일 썼다면 그해 남은 휴직은 90일이 아니라 80일입니다. 90 + 10 = 100일이 아닙니다.

휴가 10일이 20일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으로 심각단계 위기경보가 발령되는 등의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용정책심의회를 거쳐 연 1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한부모가족지원법상 한부모는 15일). 이 경우 상한이 20일, 한부모는 25일이 됩니다. 다만 연장된 휴가는 아무 때나 못 쓰고, 가족이 감염병 환자·의사환자인 경우, 자녀의 학교·유치원·어린이집에 휴업·휴원 명령이 내려진 경우, 자녀가 자가격리나 등교 중지 대상이 된 경우로 사유가 정해져 있습니다.

거부당했다면 — 회사는 서면으로 이유를 줘야 합니다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는 문은 좁습니다.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시행령이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부할 때는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고, 출퇴근 시간 조정·연장근로 제한·근로시간 단축이나 탄력적 운영 같은 대체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붙습니다(제22조의2 제3항).

가족돌봄휴가는 조건이 더 강합니다. 거부 사유 자체가 없고, 청구한 시기에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준다면 근로자와 협의해 시기만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안 준다는 답은 법에 없습니다.

신청을 받고도 허용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입니다(제39조 제3항 제7호·제8호). 나아가 휴직이나 휴가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면 과태료가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37조 제2항 제6호). 불리한 처우 쪽의 처벌이 훨씬 무겁습니다.

병실 침대 곁에서 환자의 손을 잡고 있는 보호자

그만두는 대신 줄이는 선택 — 주 15~30시간

덜 알려진 제도가 가족돌봄 등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입니다(제22조의3). 이름에 '등'이 붙은 이유는 사유가 넷이기 때문입니다.

  • 가족의 질병·사고·노령으로 가족을 돌보기 위한 경우
  • 근로자 본인의 질병이나 사고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경우
  • 55세 이상 근로자가 은퇴를 준비하는 경우
  • 근로자의 학업을 위한 경우

단축 후 근로시간은 주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여야 합니다. 주 10시간으로 줄여 달라는 요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밖입니다. 기간은 1년 이내가 원칙이고, 앞의 세 사유(가족돌봄·본인건강·은퇴준비)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2년까지 추가 연장해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습니다. 학업만 연장이 안 됩니다.

휴직처럼 통째로 쉬는 것보다 이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득이 완전히 끊기지 않고, 4대보험 자격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요양 등급 판정을 기다리는 동안 병원과 회사를 오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장기요양등급 신청부터 판정까지는 통상 30일 안팎이 걸리는데, 그 사이를 휴직으로 다 태울 필요는 없습니다.

단축 중에 회사가 못 하는 것들

제22조의4가 단축 근무자의 조건을 따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 근로시간에 비례해 적용하는 경우 외에는 단축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줄었으니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비례 적용이지만, 상여금 대상에서 빼거나 승진에서 배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단축 후 근로조건은 서면으로 정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만 있으면 나중에 다투기 어렵습니다.
  • 회사는 단축된 시간 외에 연장근로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청구하면 주 12시간 이내에서 가능합니다. 청구하지 않았는데 시켰다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37조 제3항).
  • 기간이 끝나면 단축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퇴직금이 깎이지 않는 이유

이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안심되는 조항입니다. 가족돌봄휴직·휴가 기간은 근속기간에는 포함되고,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는 제외됩니다(제22조의2 제7항). 근로시간 단축 기간도 마찬가지로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빠집니다(제22조의4 제4항).

왜 중요하냐면,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으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무급 휴직이나 주 20시간 단축 상태로 퇴직하면 그 3개월 임금이 바닥이라 퇴직금이 반토막 날 수 있는데, 법이 그 구간을 계산에서 빼 줍니다. 평균임금으로 계산하는 퇴직금의 구조를 알고 있다면 이 조항의 무게가 바로 보입니다. 근속기간에는 들어가므로 연차 산정의 기산일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돈은 나오는가

정직하게 적자면, 가족돌봄휴직과 가족돌봄휴가는 법이 유급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단기 육아휴직처럼 고용보험에서 급여가 나오는 구조가 이 제도에는 붙어 있지 않습니다. 회사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유급 처리하는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신청 전에 사내 규정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신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업주에게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있습니다(제22조의2 제9항). 워라밸일자리 장려금처럼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한 사업주를 지원하는 사업이 여기에 연결되므로, 회사가 "비용 때문에 어렵다"고 할 때는 지원금 존재를 함께 언급하는 편이 대화가 빨라집니다. 지원 요건과 금액은 해마다 바뀌므로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1350)에서 그해 기준을 확인하십시오.

작업대 앞에 앉아 일하고 있는 중년 남성

신청 순서

①돌볼 가족이 법이 정한 여섯 범위에 드는지 확인한다 → ②며칠이 필요한지로 갈라 고른다. 하루이틀 단위면 휴가(10일), 한 달 이상 붙어 있어야 하면 휴직(90일, 1회 30일 이상), 병원과 회사를 병행해야 하면 근로시간 단축(주 15~30시간) → ③올해 이미 쓴 휴가 일수를 빼서 남은 휴직 일수를 계산한다(휴가는 휴직에 포함) → ④사내 규정에서 유급 여부와 신청 서식을 확인하고 서면으로 신청한다 → ⑤거부당하면 서면 통보와 사유를 요구하고, 대체 조치 협의 기록을 남긴다 → ⑥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면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

이 글은 2026년 8월 시행 중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제22조의3·제22조의4, 제37조, 제39조를 근거로 정리한 일반 기준입니다. 사업장 규모와 취업규칙에 따라 실제 운용이 달라질 수 있고,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서연
이서연 · 교육·커리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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